오늘 고기 사러 갔다가 메추리알이 있길래 사 와서 삶았는데 껍질 까는데 모든 메추리알 밑이 평편해요 노른자도 아래로 내려가 있거나 비어있는 메추리도 있었고요 메추리알 모양대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래된 걸 삶은 건지... 모양이 이상하네요. 아니면 메추리알 모양 예쁘게 삶는 방법 있을까요??
메추리알 삶았더니 모양이 이상해요
언급하신 내용은 "기실"에 대한 부분으로 기실의 크기는 신선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실의 크기가 클수록 계란(=메추리알)의 신선도는 좋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추리알 모양대로 나오는 것"은 기실의 크기가 작아 신선도가 좋은 것이고 사진처럼 기실의 크기가 큰 것은 신선도가 좋지 못한 것입니다.
기실을 설명하려면 먼저 계란의 구조를 설명드려야 하는데요, 계란의 구조를 보면 계란 껍데기(난각) 아래에 두 겹의 막이 있습니다. 이 막을 난각 막이라고 하는데 난각막은 외 난각막과 내 난각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두 막이 식는 속도 차이로 기실(Air Cell)이 형성됩니다. 기실은 둔 단부(뭉툭한 부분) 끝에 위치하며 계란을 보관할 때 뾰족한 부분인 첨부를 밑으로 향하고 둔 단부를 위쪽으로 하라고 하는 이유도 기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기실은 산란 시에는 없으나 산란 후 계란의 냉각과정(닭의 체온 40.6 ~ 41.7℃ → 상온)에서 난각과 계란 내용물의 냉각 수축의 차이에 의해서 계란의 표면에 있는 기공을 통하여 공기가 유입되어 외 난각막과 내 난각막 사이에 형성되게 되는데, 초기에는 크기가 2mm 정도로 작으나 저장기간에 따라 기공을 통하여 수분 증발(하루에 0.1g 정도)이 진행되면서 점차 커지게 됩니다. 그만큼 그 안에 공기가 차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실의 크기는 계란의 신선도와도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란의 저장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실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고 윤곽이 뚜렷하며 계란을 회전시켜도 움직임이 별로 없는 단계에서 기실이 파괴되어 몇 개의 분리된 기포가 기실 밑에 떠다니는 단계로, 마지막으로 기실이 계란을 회전시키는 방향에 따라 회전을 하는 것같이 움직이는 단계로 진행이 됩니다.
위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계란 껍데기 표면에는 7,000 ~ 15,000개 정도의 기공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기공을 통해서 계란 내부의 수분이 증발되기도 하고,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기도 합니다. 수분 증발 속도는 냉장보관을 했을 때는 하루에 0.01 ~ 0.02g 수준이므로 거의 미미하지만, 실온에서 보관할 때는 0.08 ~ 0.12g 수준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르게 수분 증발이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분이 증발하게 되면 계란 내부에서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요?
- 닭이 산란을 하게 되면 난백(흰자)의 점도와 탄력성이 매우 우수하고 형태를 유지하려는 능력이 뛰어나서 탱탱하게 유지가 됩니다. 노른자 또한 계란의 중앙부에 위치하면서 무게중심이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계란의 알끈은 이 노른자를 중앙에 위치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는 계란을 흔들어도 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 시간이 경과하면서 난백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게 되며, 일부는 노른자 내부로 흡수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흰자의 점도와 탄력성이 약해지게 됩니다.
- 수분 증발로 인해 둔부(뾰족한 부분 반대편)에 위치한 기실(공기주머니)이 커지게 됩니다. 기실은 닭이 산란 직후 계란의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식는 과정에서 밀도 차이에 의해서 계란의 넓은 면에 공기주머니(기실)를 형성하게 됩니다. 수분 증발로 인해서 내부에 비어있는 공간들이 많아지는 것이죠. 이때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던 노른자가 수분 증발 영향으로 조금씩 계란 내벽으로 붙게 됩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계란이 가벼워지고 노른자의 이동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물에 뜨는 계란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정도 되면 계란의 흔들림이 많아지고 사람들은 계란이 "상했다"라고 표현하죠.
- 계란의 신선도를 측정하는 단위는 H.U(Haugh Unit)입니다. 이것은 노른자의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한 흰자(노른자 바로 옆에 탱탱하게 유지되고 있는 흰자 부분)의 높이를 측정합니다. 그 수치는 대략 0~110 정도 범위가 됩니다. 처음에는 신선도가 높아서 90 이상 유지가 되던 계란들도 시간이 지나면 50-60 정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 그렇게 되면 진한 흰자와 묽은 흰자(진한 흰자 옆에 물처럼 퍼져있는 부분)의 경계가 모호해지다가 결국 묽은 흰자와 같이 확 퍼져 버리게 됩니다.
- 흰자의 수분이 노른자로 흡수된다고 언급했었죠? 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 막을 난황막이라고 합니다. 이 막은 매우 얇아서 프라이를 하기 위해서 알을 깨는 과정에서 약한 충격에도 쉽게 퍼져버리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수분이 노른자로 흡수되면서 막의 농도가 얇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수분이 유입된다면 무게가 무거워질 것이고 막의 농도가 약해지니 쉽게 깨질 수 있게 되겠죠.